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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률 상위’ 믿고 샀다 반토막…증권사 앱이 유혹하는 ‘다크패턴’ 허실

2025.06.26. 오후 3:33

인기종목·거래량 급등 종목 상단 노출…불완전판매 조장하는 앱 설계, 규제는 사각지대

[사진=Freepik]

개인 투자자 최모 씨(35)는 지난해 증권사 앱에서 ‘인기 급등 종목’이라는 안내 메시지를 보고 무심코 관련 주식을 매수했다. 실시간 거래량이 치솟고 수익률도 상위권이라는 표시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주 지나지 않아 주가는 급락했고, 큰 손실을 입었다. 그는 “앱에서 상위 노출된 종목이니 어느 정도 검증됐을 거라고 믿었다”며 “알고 보니 단기 급등 후 하락한 ‘테마주’에 불과했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최근 증권사 앱을 통한 주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사용자 경험(UX) 디자인을 악용한 ‘다크패턴’ 마케팅이 논란이 되고 있다. ‘수익률 상위’, ‘거래량 급증’, ‘인기 급등 종목’ 등의 홍보 문구로 투자자의 클릭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변동성이 크고 펀더멘털이 약한 종목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크패턴이란 소비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비합리적인 결정을 유도하는 걸 의미한다.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 고위험 상품군을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이를 마케팅과 설계에 활용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치 테마주나 바이오 관련주처럼 투기적 요소가 큰 종목이 ‘상위노출’ 되는 구조는 투자자의 수익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로 한 증권사 앱에서는 특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만을 강조해 표시하고, 장기적으로는 손실을 보고 있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화면 최상단에 배치해 투자 유도를 멈추지 않았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해외주식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는 실시간 알림이 홈 화면에 반복 노출되면서, 변동성이 높은 상품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 수익률’ 강조하는 펀드 추천…과장된 정보에 소비자 착시 유발

▲ 주식, 펀드, 파생상품 등 투자 고위험 상품군을 취급하는 증권사들이 이를 마케팅과 설계에 활용함에 따라 투자자 보호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사진=플레이스토어 갈무리]

개인 투자자 박지민(37·남) 씨는 MTS 앱에서 ‘상위 1% 수익률’ 문구가 강조된 해외 펀드에 300만원을 투자했다가 낭패를 봤다. 추천 화면에는 최근 한 달간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한 그래프가 큼지막하게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직전 6개월간 마이너스 15%의 수익률을 기록한 고위험 상품이었다. 그는 “상세 정보를 보려면 여러 번 클릭해야 돼 정보가 일부러 감춰져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례는 국내 증권사 MTS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다크패턴 중 하나다. 가장 최근의 수익률만 강조해 그래프화하고, 장기 수익률이나 위험지표, 변동성 등 중요한 정보는 하위 메뉴로 숨기는 식이다. 투자자는 단기간의 수익률에만 시선을 빼앗긴 채 상품의 본질적 위험은 파악하지 못하고 투자 결정을 내리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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